베를린 일정 7일 동안 호스텔 5일 호텔 2일로 잡고
베를린 빈티지 호텔을 검색해보니
베를린 동물원역 주변으로
Hotel pension-funk,
Hotel Nürnberger Eck,
Hotel Kurfürst GmbH,
Hotel Mondial am Kurfürstendamm,
Hotel Savoy Berlin
등등
70년대 느낌의 빈티지 호텔이나
아르누보 양식이 남아있는 펜션 타입의 일반 집을 개조하여
호텔로 사용하는 숙박시설이 많이 분포해있었다.
아무래도 부내 나는 동네인 만큼
펜션들이 규모가 있고
고급 주거공간이었던 곳들이라
인테리어 자체가 고급스러운 빈티지 느낌으로 장착되어있다.
쿠담 거리에는 고급 가구 판매점과 세련된 패션브랜드가 많이 분포해있다.
호텔에 묶는동안 한국에는 없는 브랜드도 많이 구경했다.
그 중 내가 선택한 곳은 호텔 펜션 펑크.
1985년에 지어져 1931 -1937년 사이에는 Asta Nielsen라는 여배우의 집이었다고 한다.
건물 입구만 봐도 아르누보 양식이 잘 보이는 집이다.
옆 블록에 Lidl이 있고 큰길에는 Five Guys도 있고
골목골목에는 분위기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많았다.
건물 전체가 호텔 용도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펜션 타입의 호텔이라
특이하게 건물의 일부만 호텔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3층,
유럽에서는 로비층은 0층으로 표기하니까 2층에 해당하는 곳이 호텔이다.
체크인 시간 전에 도착해버려서 짐을 맡기기 위해 1층 입구에서 초인종을 누르니
상냥한 아저씨께서 대답을 해주셨다.
정문 옆에 있는 다른 문으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짐을 올려주셨다.
사진 속 엘리베이터는 이 건물의 다른 주거자들용으로 열쇠를 꽂아야 운행되는 것 같았다.
호텔 이용객은 짐을 옮길 때 빼고는 걸어 다녀야 했다.
확실히 다른 호텔이나 호스텔과 비교해도 이곳은 천정고가 특히 높았다.
창문과 일부 몰딩, 장식 등에서 유겐트스틸의 아르누보 양식이 눈을 사로잡았다.
오래된 전등과 가구가 인테리어를 완성시켰다.
복도 곳곳에 이전 주인인 배우의 사진액자가 장식되어있다.
여러 부대시설이 많은 최신시설의 고급 호텔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이런 오래되고 낡은 호텔들은 아무래도 가격 면에서도 합리적이다.
그리고 싱글룸이 있어서 개인 여행자에게는 엄청나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제일 저렴한 가격의 싱글룸을 예약했는데
화장실과 샤워실이 따로 밖에 있는 룸의 형태이다.
복도를 지나서 거울을 지나 돌아가면 나오는 나의 방.
본래는 무슨 방이었을지 궁금하다.
상주하던 하녀의 방이었을지도 모르고 그냥 창고였을지도 모른다.
작고 조용한 나만의 작고 낡은 단칸방이 현실로 나타났다.
조명은 세 개가 있고 다 켜도 그리 밝지 않다.
아마 가장 저렴한 방의 가구는 어두운 색상인듯하다.
그 점에서 살짝 아쉽긴 했다. 어차피 저렴한 가격인데 조금 더 큰 방으로 할 걸 그랬나..
전화기가 모형인 줄 알았는데 들어보니 실제 신호음이 가서 놀랐다.
열쇠는 1층 건물의 입구부터, 2층 호텔의 문, 방문까지
한 개로 다 열리는 난생처음 보는 맥락의 만능키였다.
특이하게 세면대가 방안에 있어서 기본적인 세안은 방에서도 가능했다.
옷장도 한 사람의 외투를 걸어 놓기엔 적당했다.
창가에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조절할 수 있다.
바닥은 어쩔 수 없이 삐그덕 거려 밤늦게 화장실을 가거나 할 때는
다른 방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발소리를 죽이면서 다녔다.
하지만 발걸음을 조심히 하는 것조차 즐거웠다.
조식을 먹는 식당은 아침에 햇살이 그대로 들어온다.
일반 호텔의 식당만큼 크지 않다. 간간히 직원이 친절하게 부족한 것은 없는지 묻곤 했다.
그래서 호텔에 묶는 동안 마치 19세기 독일 사람의 집에 잠시 신세지는 손님의 느낌으로 있을 수 있었다.
유럽식 아침을 먹기에 최적의 배경이다.
조식 시간에 정말 혼자 동양인이라 처음에는 사람들도 많이 의식했지만
다음날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내가 먼저 인사하면 그들도 더 이상 의식하지 않는다.
오래된 호텔은 보통 커피포트나 전자레인지나 항상 나무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 등
시설에 불편함이 많지만 그만큼 공간이 주는 매력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실제 어떤 공간에서 묶으면서 지내는 경험은
감성과 상상력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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